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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배롱나무

by 나무야사랑해 2023. 5. 17.

배롱나무는 여름 내 몇 달씩 장마와 더우를 거뜬히 이기면서 꽃을 피워 내므로 나무백일홍으로 더욱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식물은 두 가지가 있는데 어렷을 적 작은 화단에 심던 멕시코 원산의 초본성 백일홍이 그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목본성으로 나무에 꽃을 피우는 목백일홍 즉 배롱나무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무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하고 초본과 구분 않고 그저 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두 식물은 모두 꽃이 피면 100일을 간다는 연유로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초본과 목본인 것이 다르고 각각 국화과와 부처꽃과에 속하는 식물학적으로는 서로 전혀 무관한 식물들이다.  사람들은 화무십일홍이라 하여 열흘 이상 붉은 꽃은 없다고 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100일을 간다 하니 이 말도 무색하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배롱나무의 꽃은 한 송이가 피어 그토록 오랜 나날을 견디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꽃들이 원추상의 꽃차례를 이루어 차례로 피어나는데 그 기간이 100일이 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낙엽성 교목이다. 그러나 아주 크게 자라지는 못하며 대개 3미터 정도이고 다 자라야 7미터 정도 된다. 배롱나무의 줄기는 갈색에서 담홍색을 띠며 간혹 흰 색의 둥근 얼룩이 있다. 껍질이 얇아 매우 매끄럽다. 이 매끄러운 줄기에는 많은 가지가 옆으로 달리고 퍼져서 편편한 나무 모양을 이루어 부채꼴이 된다. 그래서인지 배롱나무는 어느 곳에 가도 무리지어 있는 것이 없다. 한 그루씩 외로이 서서 그 아름다운 나뭇가지를 옆으로 드리우고 한껏 모양을 자랑한다. 이러한 특징은 배롱나무가 양지를 좋아하며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생육상의 특징과 잘 맞는다. 가지 가운데 가장 어린 가지들은 각이 져 있다. 여기에 두껍고 윤기있는 잎이 마주 달리는데 잎자루가 거의 없어 줄기에 바로 매달린다. 잎의 모양은 둥근 타원형인데 잎의 폭은 위쪽이 좀더 넓다. 

꽃은 한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핀다. 대부분의 꽃은 봄, 혹은 이른 여름에 피거나 국화처럼 아주 가을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롱나무는 어른 손 한 뼘을 훨씬 넘는 화려한 꽃차례를 가지 끝에 매달고 한여름 내내 피고 가을까지 어어 준다. 꽃 색도 아주 진한 분홍이다. 그러나 배롱나무의 꽃 빛이 모두 붉지는 않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진한 분홍색 꽃이지만 간혹 흰 색이나 다소 진하거나 옅은 분홍색 꽃도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흰 꽃을 피우는 것은 흰배롱나무라고 부른다. 이러한 꽃은 꽃잎의 모양 또한 색다른데 여섯 개로 갈라진 꽃받침에 바싹 붙어 역시 여섯 개로 갈라진 꽃잎이 달린다. 이 꽃잎은 부드러운 비단처럼 하늘거리며 많은 주름이 나 있다. 그 속에는 마흔 개에 가까운 수술이 있는데 가장자리의 여섯 개는 특히 길다. 이 많은 수술속으로 한 개의 암술이 길게 자리한다. 한껏 꽃을 피워 내던 배롱나무는 10월경 둥근 타원형의 열매를 매달며 한 해를 마감한다. 

배롱나무는 앞에서 이야기한 이름 이외에도 자미, 패양수, 만당홍 등의 한자 이름이 있다. 특히 자미화는 자주색 꽃이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중국 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사랑하여 이 나무가 많이 있는 성읍을 자미성이라 이름 지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질나무,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렀다. 간질나무는 간지럼을 잘 타는 나무라는 뜻으로 얼룩한 배롱나무의 줄기 가운데 하얀 무늬를 손톱으로 조금 긁으면 나무 전체가 움직여 마치 간지럼을 타는 듯 느껴진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간지럼 타는 나무란 뜻의 사투리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 사람들은 이 나무를 사루스베리 즉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피가 하도 미끄러워 그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이야기이다. 

배롱나무는 본래 중국이 원산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관청의 뜰에 흔히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절이나 고옥의 마당에서 볼 수 있다. 또는 오래된 정자 옆이나 향교, 묘지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요즈음은 간혹 남부 지방의 도로변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이렇듯 배롱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자라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지는 않다. 즉 일부러 심기 전에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랜 옛날부터 우리으 ㅣ조상들이 심어 가까이 하던 나무라서 오래된 역사와 내력을 가진 나무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귀한 나무는 부산시 양정동에 잇는 약 800년 된 배롱나무이다. 동래 정씨의 시조인 정문도공의 묘 동쪽과 서쪽에 심었는데 이것이 자라나 지금은 그 키가 대단히 커서 8미터가 넘고 줄기 또한 굵어 가슴 높이의 둘레가 4미터에 달하며 땅에서부터 여섯 개의 굵은 가지가 부챗살처럼 뻗어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조들이 가까이 하던 나무들이 흔히 그러하듯 배롱나무 역시 약으로 쓴다. 잎은 자미엽, 뿌리를 자미근이라 하여 쓰는데 어린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특효가 있고 여인들의 대하증, 불임증에도 좋은 약재가 되며 혈액 순환과 지혈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밖에 배롱나무는 수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목재의 재질도 견고하여 세공하기에 알맞다. 실내 장식을 비롯한 여러 가구를 만드는 데도 이용한다고 한다. - 우리가 알아야할 나무 백가지 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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